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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_일상

마음 받기

by 까칠한 어른이 2022. 2. 22.

며칠 전이었나보다.

 

최근 몸이 허약해진 것을 느껴, 예전에 먹어봤던 영양제를 다시 찾아보고 있었다.어둑한 방에서 엎드려 집중하고 있으니, 이제 곧 초딩 4학년이 될 딸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온다.

 

"아빠, 뭐해?""응, 아빠 몸 건강하라고 영양제라는 걸 찾아보고 있어~""아파?" "아니, 안 아파라고 먹는거지"

 

"그럼 많이 사."효과와 가격의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나는 언제나 '가성비'를 생각한다.

 

"안 돼. 다 사면 엄청 비싸~"그 말에 딸아이는 그럼 자기가 만원을 줄테니, 다른 곳에 쓰지말고 영양제 사는 데 쓰란다.만원으로는 못 사고, 5만원 주면 살 수 있다 하니 잠시 고민하더니 알겠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뒤, 퇴근 후 귀가하니 딸이 유난히 반기며 방에 들어가 보라고 한다.아이들이 유난히 반기는데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응? 뭐지?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짧은 편지일거라 생각을 하며, 오늘은 또 뭘 적었을까 싶다.

 

 

노트를 오리고 붙여서 봉투를 만들고, 아빠를 위한 돈을 넣은 것이다.

'아이고.. 무슨 돈이 있다고 진짜 돈을 주네...'

5만원이면 큰 돈인데 괜히 말을 꺼내서 딸의 소중한 재산을 갈취한 듯 한 생각이 들었다.

 

밝은 표정의 나를 보는 딸이 더 신이 났다.그 얼마나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아빠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행복할까. 

 

눈물을 왈칵 쏟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봉투를 열어 본다.

잠시만.

만원이다. 4만원이 빈다.

 

만원과 5만원의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선택을 했을지 눈에 선하다.

11살의 나이에 아빠 영양제 살 돈을 주다니, 귀엽고 대견하다.

 

아이들은 좋은 옷, 멋진 경치, 놀이보다 부모의 다정한 모습 그리고 따뜻한 온기를 평생 기억한다고 한다.

모두 유년기 때를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뚜드려 맞은 기억이 더 많다. 따뜻한 온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딸! 고마워^^

 

내가 아껴 쓰겠나 이 돈을. 못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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